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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록-구원의 정화 2016.10.02 20:46 구원의 정화(情火) [2009년 1월 2일 21:27 등재 칼럼] 몇 년 만에 대학에 출강했다. 근자에 신세대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서였다. 교정을 드나들며 신세대의 정서를 느끼는 대신 훈계와 잔소리로 그들을 쥐어박다보니 어느 새 한 학기가 훌쩍 지나갔다. 사진=꽃의 2중창 최근에 나는 프랑스 작곡가 레오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에 나오는 ‘꽃의 이중창’ 에 ‘필이 꽂혔다.’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낸 ‘꽃의 이중창’은 여성 고음(소프라노)과 차고음(메조소프라노)의 두 가수가 호흡과 음량의 조화를 이루며 부르는 높은 음 자리의 노래다. 여성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그 드높고 아름다운 화음이야말로 천상의 노래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과시 남성에게 여성의 초상은 구원의 .. 더보기
‘백면서생’ 단련기(鍛鍊記) 관훈저널 [취재여담] 2016년 9월 가을호 ‘백면서생’ 단련기(鍛鍊記) '김산 아리랑' 취재 일지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성우제 문우는 왕년에 원(原) 「시사저널」에서 동고동락한 후배기자다. 우리는 「시사저널」에서 구성원의 주력이 떨어져 나와 지금의 「시사IN」을 발행하면서 원조 「시사저널」을 원(原) 「시사저널」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인연이 남다른 후배기자 성우제가 근자에 ‘멋진 스승들’ 9인에 관한 책을 내면서 그 중에 한 사람으로 나를 뽑다니 매우 계면쩍은 일이다. 내가 신간인 『멋진 스승들-딸깍’ 열어주다』(도서출판 강)를 우송받은 것은 발행 당일인 2016년 8월 17일이다. 13년 만의 편지 작년 8월 3일 밤이었다. 전자우편을 열었더니 “성우제입니다”라는 제목이 22시 27분에.. 더보기
내가 만난 사람-김영미 피디 4 내가 만난 사람-김영미 피디 ④ 전쟁 철새들 '마크'의 죽음과 김영미의 공포 스웨덴 프리랜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시장 근처에서 2006년 6월 어느날 프리랜서인 마크 존 라사들레르가 취재하던 중에 총탄에 맞아 죽었다. 30대의 마크는 주로 영국 방송 (BBC 및 스카이 텔레비전)과 계약하여 분쟁지역을 취재하던 스웨덴 출신 비전속 기자(프리랜서)였다. 그는 부인과 두 자녀를 유족으로 남겼다. 김영미 피디는 마크의 죽음을 서울에서 들었다. 마크와 연락이 통 안 되어서 전화 로 안부를 묻다가 알게되었다. 동원호를 납치한 해적을 취재하러 소말리아로 가 기로 결심하고 출발하기 일주일 전 일이었다. 그녀는 마크의 죽음에 임해 분쟁지역 취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면서 두려움 을 느꼈다고 말한다. 미국과 서방 .. 더보기
백면서생의 '안깡' 송가(頌歌) [저술 중계] 백면서생 성우재 스승 '안깡' 송가(頌歌) 김훈 : “그는 철저한 현장주의 기자, 엄혹한 트레이너였다." ‘안깡.’ 지금까지 수많은 별명을 들어보았지만 이만큼 강렬하고 독창적인 것은 없었다. 간결하고 명료하고 발음도 똑 떨어진다. 별명의 주인을 떠올리면 순도 100%이다. 두 글자에 성격·습성·말투·이력·이미지 등 주인공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긍정적·부정적 느낌도 적절하게 섞여 있으니, 그분을 아는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그리 부른다. 그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다. ‘별명의 전당’이 있다면 최고 자리에 놓일 작품이다. 얼마 전 내 또래 옛 동료가 그분 앞에서 “안깡께서~”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내놓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나는 놀랐다. 그것은 곧 우리 아버지 .. 더보기
베트남 항공 409편 객석 풍경 베트남항공 409편 다문화 객석 풍경 사진=프로덕션 더라이브 전형태 피디, 인천 발 호찌민 행 기내에서 베트남항공사는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고향을 방문하는 베트남 출신의 엄마들을 배려하여 일반석 맨 앞줄에 앉힙니다. 그래서 앞쪽은 어린 아기들이 칭얼대고 보채는 소리로 비행하는 동안 5시간 내내 소란스럽습니다. 한국에 시집와서 한국의 아들딸을 낳은 젊은 엄마들, 그들은 객석에 앉아 쉬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아기들을 달래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말 오래간 만에 친정을 방문하여 부모에게 외손을 안겨준다는 마음에 힘 든 줄 모르고 행복하다는 표정입니다. 그런 젊은 엄마들의 큰 힘과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줍니다. 이는 한국 다문화가정의 밝은 일면입니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도 세계화의 .. 더보기
탈오리엔탈리즘이 필요한 이유 아시아의 안광(眼光) 탈오리엔탈리즘이 필요한 이유 2015년 을미년 청양(靑羊)의 해에 베트남은 통일 40주년을 맞았고 한반도(조선반도)는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베트남은 나로 하여금 아시아 사람으로서의 관점을 확고히 다지도록 만든 나라이다. 사진=베트남 통일 4.30해방기념일의 발. 호찌민시 동코이 거리를 메운 오토바이 축제인파(2012년 4월 30일 안병찬 찍음) ‘통일열차’ 오디세이 남부 사이공 정권이 패망하고 베트남이 사실상 온전하게 통일을 달성한 날은 1975년 4월 30일이었다. 내가 그 도시를 공중 탈출한 후 9개월 1일을 넘긴 1976년 2월 초 어느 날, 「한국일보」 편집국 외신부에서 근무하던 나는 갑자기 멀리서 울려오는 열차의 기적소리를 들었다. 통일베트남이 남북 4300리를 잇는 ‘.. 더보기
광야 울리는 절명시(絶命詩)들 '강철의 무지개'처럼 광야 울리는 절명시(絶命詩)들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선 시절 서울대학교 언론학부에 출강할 때부터 나는 강의 첫 머리에 수강생 중 한 사람을 불러내 시(詩)를 낭송하도록 했다. 빼놓지 않는 시로 이육사의 절명시(絶命詩) 〈광 야〉가 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하여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친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선 지고 큰 강물이 드디어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가득하니 내 여기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신세대 피 끓게 하는 저항의 노래들 사진=독립기념관 홈페이지(http://w.. 더보기
“<태양의 후예> 내가 홀린 전말” [세평 소묘] “ 내가 홀린 전말” 15회와 최종회를 보고 또 보니 김포국제 공항 1975년 5월13일-소묘 안병찬 강모연 : “근데 이 배는 왜 이러고 있어요?” 유시진 : 홀려서. 아름다운 것에 홀리면 이렇게 되죠. 강모연 : 홀려본 적 있어요? 유시진 : 있지요.……알텐데. 강모연(송혜교)이 모래톱 위에 올라앉은 녹슨 폐선의 아름다움에 홀려서 유시진(송중기)과 나누는 대화다. 지난 4월25일인가, 우연히 를 종방하고 편성한 특집 편을 보다가 이내 유시진과 강모인에게 홀려버렸다. 나는 월요일부터 일요일에 걸친 일주일 간 매일 밤을 지새우며 를 3편씩 몰아서 보아나갔는데, 특히 15회와 종편인 16회는 각각 네 번씩 보고 또 보았다. 두 사람은 16회를 이어가면서 시종일관 아주 절제된 자세를 지탱하며 .. 더보기
잡스는 죽었다. 잡스 만세! [세평 소묘] "잡스는 죽었다. 잡스 만세!" 앵커 정운갑의 문자를 받고 스티브 잡스-소묘 안병찬 지난주 정운갑 앵커가 휴대전화로 다음과 같은 문자편지 한통을 보내왔다. [정운갑 앵커의 문자젼지] 선배님 잘 지내시지요? 지난번 관훈클럽 임원 모임 때 기술결정론적 사회, 죽고 죽이는 서구와 미국 민주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는가?라는 지적 참으로 귀를 반짝이게 해주셨습니다. 저도 칼럼에 선배님 말씀 인용하기도 했고요. 늘 감사드리고 언제 점심 함 모시겠습니다. MBN 정운갑 드림 나는 즉시 그와 통화하여 표완수 발행인 및 이상석 전 사장과 5월 첫주에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정운갑 앵커가 자기 칼럼난인 '한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나를 인용해서 쓴 글을 찾아읽었다. 그는 기술을 섬기지 말라는 믿음을 .. 더보기
노일대(老一代)-아버지의 본색 노일대(老一代) 아버지의 본색 영화〈국제시장〉과 소설《허삼관 매혈기》 나는 영화〈국제시장〉이 우파 선동영화가 아닐까 하여 좀 망설이던 끝에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시영(始映)자막(오프닝 크레딧)을 보니 영어 제목이 ‘아버지에 드리는 송시(頌詩:Ode to the father)’이다. 과시 영화 속에는 나 자신의 초상도 들어있다. 주연 황정민은 영화 첫 머리에 부산 용두산 비탈에서 부두를 내려다보며 선장이 되고 싶었다고 술회한다. 황정민은 젊은 날 해양대학에 합격하지만 찢어지게 궁핍한 삶을 면해보려고 파독광부의 길을 택한다. 사진=영화 홍보 전단 아버지에 보내는 송시(頌詩) 내가 부산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56년 초 추운 겨울날이다. 역전에 있는 ‘거상 다방’에서 차 한 잔으로 언 몸을 녹인 후 해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