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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편집국 괴담 사진=시사IN 제공 편집국 괴담 나는 〈한국일보〉와 〈시사저널〉에서 개성 있는 후배들을 여럿 만났다. 한국일보 수습기자 후배인 김훈 작가는 그 가운데 유별난 한 사람이다. 설사 그가 현란한 명문으로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써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큰 작가가 되었더라도 나는 일선기자 김훈의 모습을 더 친근하게 여긴다. 몸 날려 현장 돌진 그는 〈한국일보〉 수습기자 29기 출신으로 13기인 나보다 12년 후배다. 내가 사이공 현장에서 승패를 다툴 때 그는 사회부에서 초년 경찰기자로 뛰고 있었다. 그는 나를 두고 이런 대목을 쓴 적이 있다. “내가 1973년 말 언론사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였을 때, 안병찬 선배는 산전수전의 현장을 갈고 다니던 고참이었다. 그는 철저한 현장주의 기자였고, 엄혹한 트레이.. 더보기
나의 추적자 ‘고재열’ 나의 추적자 ‘고재열’ 원(原) 〈시사저널〉시절부터 〈시사IN〉시절에 걸쳐 나를 추적하며 먹잇감으로 취재하거나 부려먹은 젊은 기자 한 명이 있다. 그 추적자는 정치·문화기자 고재열이다. 그는 고집은 가슴속에 감추고 겉은 수줍은 체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친구다. 또 예민한 시각으로 세상을 쏘아보는 친구다. 2003년 2월 어느 날, 〈시사저널〉 편집고문실로 문화부 기자 고재열이 올라왔다. 당시 나는 경원대학교에서 언론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시사저널〉 고문을 겸직하고 있었다. 인터넷 성감대로 뛰어난 인터넷 전문기자인 고재열은 인터넷 문화의 ‘성감대’를 주제로 특집을 기획하고 내 글을 받아 싣겠다고 한다. 기자 출신의 언론학자로서 50․60세대를 대표하여 인터넷을 서핑한 후에 그 순행기(巡行記)를 써달라고 .. 더보기
'강철 무지개' 시퍼런 칼날 밟고 서다 광야 울리는 이육사와 안숙의 절명시 ‘강철의 무지개’처럼 시퍼런 ‘칼날’을 밟고 서다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선 시절 서울대학교 언론학부에 출강할 때의 일화이다. 나는 강의 첫 머리에 수강생 중 한 사람을 불러내 시(詩)를 낭송하도록 한다. 이육사의 절명시(絶命詩) ‘광야(曠野)’가 그 하나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하여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신세대 피 끓게 하는 저항의 노래들 젊은이.. 더보기
왜 '문재인 개혁'을 미국 일에 비유하는가 사진=5.18 유족을 위로하는 문제인 대통령 문화일보 2017년 5월 18일자 1면 보도 문제인 대통령 개혁 왜 미국을 준거로 삼는가 한국에 사는 일부 방송 토론자와 일부 지식인에게 묻는다. 문제인 대통령의 개혁 행보를 말하면서 걸핏하면 미국의 사례를 준거로 삼아 인용하고 비유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지난 5월 14일 일요일 오후 어느 종편 방송에 토론자로 나온 모 정치 평론가도 미국의 오바마를 끌어들여 비교하면서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복이 아닌 양장을 한 모습을 가리켜 '영부인 상을 깨는 행보' 운운 하며 미국의 미셀 오바마를 끌어다 대는 토론자도 있다. 심지어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였던 밥 돌까지 비교 대상으로 등장하는 판이다. 이땅의 지식인과 권력자와 기득권 .. 더보기
메아리 30년-농부와 형사와 나 [취재기] 40장+사진들 메아리 30년 농부와 형사와 나 근간에 전직 수사 형사인 이노성 씨(현 한국일반행정사협회 연수원 강사)가 오래간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리에 사는 농부 심순수 씨 네가 손수 재배한 블루베리 한 상자를 나에게 보내드리려 하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전갈이다. 이틀 후 블루베리 한 상자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상표는 무농약 친환경 과일 ‘평창불루베리’, 주소는 대화면 금당계곡로 1191-1, 대표 이름은 심상익이다. 형사 이노성 씨와 대화고추 농부 심순수 씨, 그리고 언론인인 필자가 삼각의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데는 각별한 사연이 있다. 사진=블루베리 과수원에서 찍은 농부 심순수 씨(78) 일가. 앞줄 왼쪽부터 손자 문섭과 손녀 유진. 뒷줄 왼쪽부터.. 더보기
재록-구원의 정화 2016.10.02 20:46 구원의 정화(情火) [2009년 1월 2일 21:27 등재 칼럼] 몇 년 만에 대학에 출강했다. 근자에 신세대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서였다. 교정을 드나들며 신세대의 정서를 느끼는 대신 훈계와 잔소리로 그들을 쥐어박다보니 어느 새 한 학기가 훌쩍 지나갔다. 사진=꽃의 2중창 최근에 나는 프랑스 작곡가 레오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에 나오는 ‘꽃의 이중창’ 에 ‘필이 꽂혔다.’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낸 ‘꽃의 이중창’은 여성 고음(소프라노)과 차고음(메조소프라노)의 두 가수가 호흡과 음량의 조화를 이루며 부르는 높은 음 자리의 노래다. 여성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그 드높고 아름다운 화음이야말로 천상의 노래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과시 남성에게 여성의 초상은 구원의 .. 더보기
‘백면서생’ 단련기(鍛鍊記) 관훈저널 [취재여담] 2016년 9월 가을호 ‘백면서생’ 단련기(鍛鍊記) '김산 아리랑' 취재 일지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성우제 문우는 왕년에 원(原) 「시사저널」에서 동고동락한 후배기자다. 우리는 「시사저널」에서 구성원의 주력이 떨어져 나와 지금의 「시사IN」을 발행하면서 원조 「시사저널」을 원(原) 「시사저널」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인연이 남다른 후배기자 성우제가 근자에 ‘멋진 스승들’ 9인에 관한 책을 내면서 그 중에 한 사람으로 나를 뽑다니 매우 계면쩍은 일이다. 내가 신간인 『멋진 스승들-딸깍’ 열어주다』(도서출판 강)를 우송받은 것은 발행 당일인 2016년 8월 17일이다. 13년 만의 편지 작년 8월 3일 밤이었다. 전자우편을 열었더니 “성우제입니다”라는 제목이 22시 27분에.. 더보기
내가 만난 사람-김영미 피디 4 내가 만난 사람-김영미 피디 ④ 전쟁 철새들 '마크'의 죽음과 김영미의 공포 스웨덴 프리랜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시장 근처에서 2006년 6월 어느날 프리랜서인 마크 존 라사들레르가 취재하던 중에 총탄에 맞아 죽었다. 30대의 마크는 주로 영국 방송 (BBC 및 스카이 텔레비전)과 계약하여 분쟁지역을 취재하던 스웨덴 출신 비전속 기자(프리랜서)였다. 그는 부인과 두 자녀를 유족으로 남겼다. 김영미 피디는 마크의 죽음을 서울에서 들었다. 마크와 연락이 통 안 되어서 전화 로 안부를 묻다가 알게되었다. 동원호를 납치한 해적을 취재하러 소말리아로 가 기로 결심하고 출발하기 일주일 전 일이었다. 그녀는 마크의 죽음에 임해 분쟁지역 취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면서 두려움 을 느꼈다고 말한다. 미국과 서방 .. 더보기
탈오리엔탈리즘이 필요한 이유 아시아의 안광(眼光) 탈오리엔탈리즘이 필요한 이유 2015년 을미년 청양(靑羊)의 해에 베트남은 통일 40주년을 맞았고 한반도(조선반도)는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베트남은 나로 하여금 아시아 사람으로서의 관점을 확고히 다지도록 만든 나라이다. 사진=베트남 통일 4.30해방기념일의 발. 호찌민시 동코이 거리를 메운 오토바이 축제인파(2012년 4월 30일 안병찬 찍음) ‘통일열차’ 오디세이 남부 사이공 정권이 패망하고 베트남이 사실상 온전하게 통일을 달성한 날은 1975년 4월 30일이었다. 내가 그 도시를 공중 탈출한 후 9개월 1일을 넘긴 1976년 2월 초 어느 날, 「한국일보」 편집국 외신부에서 근무하던 나는 갑자기 멀리서 울려오는 열차의 기적소리를 들었다. 통일베트남이 남북 4300리를 잇는 ‘.. 더보기
광야 울리는 절명시(絶命詩)들 '강철의 무지개'처럼 광야 울리는 절명시(絶命詩)들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선 시절 서울대학교 언론학부에 출강할 때부터 나는 강의 첫 머리에 수강생 중 한 사람을 불러내 시(詩)를 낭송하도록 했다. 빼놓지 않는 시로 이육사의 절명시(絶命詩) 〈광 야〉가 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하여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친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선 지고 큰 강물이 드디어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가득하니 내 여기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신세대 피 끓게 하는 저항의 노래들 사진=독립기념관 홈페이지(http://w..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