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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촌사람

서울촌사람


시골에 갔다가 촌사람이 됐다.

서울만 사람사는 곳으로 여기고 지구촌이다, 세계화다 떠들면서 바깥세상 만 제일로 아는 풍조다. 나 자신도 어느새 그런 사조에 젖어있었던 모양인가.


대전서 뿌리를 찾다


언론인권센터 광주분소 개소식에 참석하러 광주에 가던 길이다. 불현듯 중간에 대전 국립현충원에 들려 성묘를 하며 자기를 돌아볼 생각이 났다. 그곳 애국지사 2묘역에 조부인 ‘위당(偉堂)’ 안숙(安潚)이 잠들어계시다. 한말에 그는 을사조약에 항거하여 자결한 민충정공의 영전에 제고문(祭告文)을 올렸다. 자신도 뒤따라서 자결할 것을 예고하는 충절이 깊이 담긴 글이다.


“오호라! 사람의 인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는데 그 죽음이 진실로 마땅히 죽어야 할 자리에서서 죽을 수 있다면 도리어 사는 것보다 옳은 것이니, 이는 서슬이 시퍼런 칼날을 밟고도 제 목숨을 돌보지 않았던 까닭인 것이다.”

얼마나 기개가 웅혼(雄渾)한가. 언제나 고개가 숙여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충원을 가기 위해 대전역에 내려 생전 처음으로 지방 도시철도를 타는데 표를 사는 법을 몰라 도리 없이 촌사람이 돼버렸다.

대전광역시 도시철도공사가 채용한 매표방법은 서울보다 앞서있었다. 승차권은 전자 칩을 내장한 토큰 형으로 크기가 500원 짜리 동전만 하다. 이 승차권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재활용된다. 대전역에서 열네 번째인 현충원역에 내리면 출구 앞에서 현충원을 왕복하는 정시 버스를 탈 수 있다. 새로 생긴 공공 교통편이다.


냉면과 촌사람


광주광역시. 이곳 도시철도는 대전 도시철도 보다 한 급이 더 높다. 지난 6월 1일부터 우대권은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신분증 인식기로 발급 받게 됐다. 무인화 정도가 선두를 달리는 것이다. 공익요원에게 인식기 쓰는 법을 묻고 배워서 겨우 지하철을 탔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부터 34년 동안 종이로 만든 ‘자석 띠 승차권’을 쓰고 있다. 내년 상반기쯤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냉면’이라는 제목의 남성 합창곡 가사는 장안 구경을 나온 촌사람의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한 촌사람 하루는 성내 와서 구경을 하는데~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별별 것 다 봤네~.”


나는 이번에 대전-현충원-광주 지방을 돌면서 촌사람 중에도 ‘서울촌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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