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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저널리즘 강의]강의실 비밀병기 초소형 녹음기


가벼운 저널리즘 강의abc

"모든 미디어의 근본은 저널리즘이다.

현장과 이론을 가볍게 접목하는 이야기들이다."

 

강의실의 비밀병기

초소형 녹음기

 

'테크노폴리' 수강생

용산역에 있는 디지털 판매장에 들렸다가 색다른 안내팻말을 보았다.

‘강의녹음기’ ‘비밀녹음기’라고 씌어있다. ‘비밀 강의 회의 전문녹음기’라는 팻말도 있다. 007 비밀녹음기가 어느새 강의실의 ‘필기정신’을 좀먹고 있다. 테크노폴리 수강생은 강의 내용을 통째로 녹음해 버리는 신풍조에 물들고 있다.

 

 

다양한 첩보성 녹음기

강의실용 녹음기는 실상은 비밀 녹음기와 마찬가지다.

고성능 보이스펜이 있고 초소형 명함녹음기가 있고 초슬림 카드녹음기가 있다. 소리가 있을 때만 녹음을 하는 소리진동감지용(VOR․ 보이스 오퍼레이티드 레코딩)도 있고 소리를 잡아당겨 크게 확대하는 보이스줌용도 있다.

용량은 2기가바이트 35시간짜리에서 8기가바이트 140시간짜리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8600분 녹음기가 12만 9000원, 초슬림 카드녹음기가 16만 5000원,고급형 볼펜녹음기가 33만 7000원이다. 엠피3 기능도 가진 고감도 스테레오녹음기는 36만 9000원을 부른다.

 

누리꾼의 화답

누리꾼(네티즌)의 대화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제가 교수님 강의하시는 걸 녹음하려는데 어떤 녹음기가 좋은지여. 엠피3으로 녹음하다보니 음질이 많이 떨어져서여. 이제 개강해서 공부 좀 해 보려구하는데, 일주일에 3번 정도 녹음하려는데 어떤 게 좋은 가여? 싸게 파는 곳 있으면 좀 추천 좀 해 주세요~.”

“고가 고성능 녹음기가 아닌 이상 6m이내 일정거리에서 녹음하시는 게 좋구요. 되도록 안 보이게 잘 숨겨서…ㅋㅋ^ 메모리 용량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있는데 가장 장시간 녹음하시려면 4기가나 8기가 쓰셔도. 어차피 녹음 된 내용은 컴퓨터에 저장하고 다시 녹음하면 되니까 1기가나 2기가 써도 될듯, 가격도 착하구여.”

 

“녹음파일 사요, 녹음파일 사”

이렇게 광고하는 누리꾼도 있다.

“임용고시 정리반의 강의를 들으실 분 중에 강의 녹음해서 보내 주실 분이요~! 녹음파일과 자료 삽니다. 매주 강의 들으시고 녹음파일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강의실 새 풍경

얼마 전에 한 일간신문이 대학의 새 풍경을 ‘스마트폰 혁명’과 연결한 기사를 실었다. 학생들 사이에 강의 내용을 녹음하고 자료를 ‘촬영’하고 궁금한 건 ‘바로 검색’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내용이다.(문화일보 2010년 4월 8일자)

어떤 학생은 교수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만든 화면을 띄우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표나 그래픽이 많이 들어간 강의 자료는 일일이 베끼는 것보다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편리하다.

이런 디지털 수강 방식의 장점은 능률적이라는 점이다. 그 대신 반 인문학적이라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콘텐츠를 좌우하는 최고의 자산은 아무래도 인문학적인 소양이다. 효율과 요령은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죽이고 신념과 가치에 따른 비판정신을 무디게 만든다.

 

파워포인트 강의

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파워포인트로 시각물을 만들고 요점을 나열하는 강의방식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방법은 선진적이고 편리한 듯하지만 격조가 없고 가벼워 보인다. 그나마 요즘은 파워포인트조차 낡은 방법이라고 하여 학생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통째로 녹음하면 문제는 없는가.

강의 내용을 녹취해서 혼자 듣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 그 내용을 디지털과 인터넷 수단으로 널리 유포하거나 팔면 저작권 위반이다.

강의 내용을 녹취하려면 사전에 교수의 허가를 구해야 할 테지만, 허용 할 교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문명비평가 닐 포스트먼이 명명한 ‘테크노폴리’는 기술이 신격화되고 모든 권위를 독점하는 오늘의 문화적 상황(기술만능주의)을 뜻한다.

대학생들의 테크노폴리 수강 방법을 금지할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


2010.04.24
                                              posted by 안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