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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판 통쾌한 업어치기 승, 그러나!


[안병찬 ]

또 한판 통쾌한 업어치기 승

오세훈 이겼다고 생각하나?

        민주당 잘난 것 하나 없다

  

그땐 통쾌했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정권을 잡았을 때 나는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최고권력을 장악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8개월이다. 머리에 쥐가 나서 회전이 안되는 한국 주류세대는 그의 저돌적 승리가 황당하다. 그러나 노무현은 별종이 아니다. 한국 토양을 관통하는 수맥을 타고 홀연히 출연한 '변종'이다. 비주류 노무현의 성취는 한국 사회가 생성한 역동적인 '누벨바그'(새물결)의 소산이다. 깨어나 보매 완매한 한국 주류가 노무현을 앞세운 비주류에게 한판으로 보기좋게 전복당한 꼴이다."(<시사저널> 시론 '노비어천가가 들린다'-2003년 1월2일자)

 

노무현 정권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간담회 도중에 두 손으로 자기 두 볼을 꼬집어 보이며 익살을 부렸다. "비서실장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그가 볼을 꼬집는 장면이 손빠른 사진기자에게 잡혀 신문지면에 대문짝만하게 났다.

알려진 대로 노무현 전위 세력은 '행동하는 네티즌'과 맥이 같다. 새 물결은 민주당 국민경선과정에서 돌출한 '노사모'를 시작으로 '붉은 악마', '촛불 시위 네티즌 공중'으로 이어졌다.

 

꼴불견 열우당 승리파티

거기까지는 좋았다. 세상이 아는 것 처럼 노정권은 '천하장안을 뒤집는 인사'로 일관했다. '개혁과 젊음'을 앞세워 청와대의 신 권력체제를 구축하여, 특권층의 반칙문화와 기득권 주류세력을 평정하고 정치 지배권(헤게모니)을 주도하여 마음먹은 대로 개혁을 이끌 수 있다고 오판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권력에 도취했다. 청와대 예산으로 열우당 당선자를 위한 음주가무 연(宴)을 벌였다. 총선승리파티에서 일어난 꼴불견을 보고 도처에서 "잘들노네"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무현 정권 때 '감투'를 쓴 인사 가운데 권력에 도취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 인물을 꼽으라면 김두관 후보와 이창동 감독이있다. 권력만 주어지면 모두 얼굴에 '탐욕'의 때가 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한 것이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열우당 거물중에 공개적으로 '검은돈'의 비교우위론을 말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늘 도둑은 소도둑에 비하면 문제가 되지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다면 큰 도둑의 대탐과 덕인의 소탐을 어떻게 판별할테냐,하고 나는 물었다.(<내일신문> 신문로칼럼 "큰 도둑과 작은 도둑의 차이는?" 2003년 12월19일)  

 
노무현 정권은 편협한 종파주의적 권력 독점과 '싸가지 없는' 오만으로 말미암아 5년 만에 한나라당 낡은 세력에게 다시 또 보기좋게 되치기를 당하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에 불려다닌 끝에 비운의 종말을 맞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원인은 권력 도취다

 

지난 일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권력도취'라는 '죄악'을 쉽게 간과하기 때문에 경고하자는 것이다.

누구보다 청와대의 최고권력 이명박 대통령은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심판했는지 똑똑히 인식해야 할 터이다.

 
한나라당은 권력에 도취해 "잘들 놀다가" 또 민주당과 노무현을 잇는 세력한테 업어치기 한 판을 당한 꼴이다. 2년 반 전에 모처럼 되치기를 해서 거머쥔 권력인데 때는 늦었다. 한나라당은 본래 머리에 쥐가 난 당이라서 어쩔 수 없었던가. 그렇게 승리를 장담하더니 오만방자하다기 혼쭐이 빠진 형상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이를 선거판에 연결하려 했다. 그 것도 패착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적지않는 사람이 안보피로증을 느꼈을 터이다. 더구나 '북한소행'으로 단정하면서도 '구멍뚫린 국방'과 '장병의 희생'에 대한 책임은 일체 묻지않고 선거정국으로 들어선 것은 도를 넘은 오만 탓이다. 그것이 아마도 패착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오세훈과 한명숙은 둘 다 졌다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이 졌다. 득표의 당락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밤새도록 업치락 뒤치락 하다가 간발의 차이로 겨우 승리한 것을 오세훈은 자랑하지 말라. 오세훈이 잘했는데 청와대 MB가 잘못해서 진것이 아니다. 오세훈은 '일꾼'을 자처하면서 권력에 도취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오세훈이 졌다는 말이다.

 

 

오세훈의원이 17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일이다. 그는 '정치 참회록'을 통해서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여섯 가지 항목을 들었다.

 
첫째 정치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덤벼든 무모함, 둘째 정치 현실이 잘못 된 길로 가는 것을 보고도 묵인한 무력함, 셋째 묵인을 넘어 어느새 동화한 무감각, 넷째 미숙한 자기확신을 진리로 착각한 무지함, 다섯째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배척한 편협함, 여섯째 부끄러운 내 입으로 역사에 공과가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선배들에게 감히 용퇴를 요구한 용감함, 이 여섯 항목이 부끄럽다고 했다. 

 
당시에 나는 오세훈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의 진의를 파악한 후 이렇게 썼다.

"오 의원은 정치를 바꾸려면 한나라당을 바꾸어야하고,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꾸어야한다는 조바심에 물갈이 대상자들을 싸잡아안고 '논개식' 투신을 꾀했다."  

그렇게 비위가 약한 오세훈도 그사이 권력형 얼굴로 바뀌어서 간신히 이겼다해도 졌고 설사 졌다고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꼴이 되었다. 그는 한나라당을 전혀 바꾸지 못하고 따로 놀았다.

 

한명숙 한 때는 맑았지

 
나는 한명숙이 맑고 투명한 얼굴, 비위가 약한 체질을 갖고 있던 때를 알고있다. 나는 한명숙의 얼굴에도 어느새 '권력'의 그늘이 깊이 드리워 진 것을 본다. 

이번에 민주당이 업어치기로 한 판 승리를 딴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나는 민주당이 세를 얻는다면 조만간에 또다시 권력에 도취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대선과 총선과 지방선거를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네티즌에 이어 젊은 층이 주도하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위크가 작동해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메다꽂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권자 가운데 중도적 성향의 연령층이 일제히 한나라당에 견제의 표를 행사했다고 본다. 

나는 한나라당이 오만한데다 반개혁적이어서 표를 주지않았다. 나는 민주당에 표를 던지기 싫었지만 차악으로 생각하고 표를 줬다.

나는 정치인 한명숙, 한 때의 권력자 한명숙에게 한 표를 주지않았다. 인간 한명숙에게 한 표를 주었다. 

2010.06.03
                                                       posted by 안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