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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계석

스티븐 호킹 최초 인터뷰

최초 인터뷰

 

스티븐 호킹 박사

 

언론인 안병찬 Ph.D 시사저널발행인

 

 

호킹 박사 초청

 

휠체어를 탄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와 인터뷰한 것은 19909월이다. 시사저널창간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작 책임을 맡고 있던 때였다.

나는 까다로운 호킹 박사 인터뷰를 손수 맡을 수밖에 없었다. 호킹 박사를 시사저널표지 기사로 올리자고 우겨서 급기야 시사저널초청으로 그를 한국 땅에 오도록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그가 투숙한 신라호텔 잔디밭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는 즉석에서 영문 질문지를 만들어 호킹박사와 대면했다.

호킹박사와의 인터뷰는 특례라고 하겠다. 역경을 극복하고 언어합성기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그의 의지는 특별한 것이었다. 그는 팽창우주론에서 평행우주론으로 이어지는 우주물리학의 진정한 탐험가로 여겨진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의 승패를 도출하는 공식을 만드는 것이 우주연구 보다 더 어렵다면서 예측치를 내놓아 화제를 만들었다. 호킹은 손가락도 쓰지 못하고 눈동자 움직임으로 음성합성기를 작동시켜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질문을 던지면 잠깐씩 생각하고 부자유한 한쪽 손의 손가락을 겨우 움직여 언어합성기를 조종했다. 그러면 이윽고 컴퓨터기계음성이 호킹박사의 견해를 내놓았다.

 

호킹의 사고실험

 

그는 사고하는 인간이다. 복잡한 두뇌작용을 통해 머릿속에서만 성립되는 실험을 한다. 시간과 공간의 변수로 이루어진 기존 이론에서 시간의 변수를 모두 마이너스 변수로 돌려놓아 보기도 한다. 그러자 만유인력에 의한 수축의 이론은 정반대로 팽창의 이론이 된다. 그 모형에 따르면 우주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팽창하다가 언젠가는 다시 수축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러한 사고실험(思考實驗)’을 그는 거듭한다.

달 전 프랑스의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가 호킹을 가리켜 그렇게 말했다. 위베르 리브 자신은 50억 년 안에 태양은 소진하게 되므로 인간은 따뜻한 행성을 찾아 목성 주위를 도는 달로 이사를 가든지, 지구를 통째로 옮겨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든지, 아니면 태양에 초특급 수소폭탄을 터뜨려 다시 점화하든지 택일해야 한다고 가상적 제안을 한 과학자인데, 그가 두말없이 스티븐 호킹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비교할 만한 위대한 아이디어의 과학자라고 최고의 경칭을 붙였다.

 

아인슈타인 등가원리

 

아인슈타인의 경우 추리와 연역의 보조수단으로 쓰는 사고실험으로서 엘리베이터 실험이라는 것을 했었다. 균일한 중력장에서 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자 속의 관측자는 지상의 관측자와 똑같은 역학 현상을 관측한다고 하여 그것을 등가원리(等價原理)라고 하였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은 사고만 하는 천재일 따름인가. 그는 상상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상상은 직관적이며 감정 요소가 들어 있어 사고 작용과는 다르다. 스티븐 호킹은 상상력과 사고 작용을 통일시켜 상상력으로 사고하라고 말하고 있다.

 

김포공항 도착한 날

 

그렇게 사고하고 상상하는 우주론자 스티븐 호킹 교수가 김포공항 귀빈실 출구에 모습을 나타낸 날은 199098일 밤이었다. 그는 사고하고 상상하는 힘 말고 행동하는 힘도 보여줬다. 그의 전신은 그의 명령을 거역하고 있었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오직 손가락 끝뿐이었다. 손가락 끝 하나로 그는 혼자서 걸어가고(휠체어 조종),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컴퓨터언어합성기 조종). 여간 강인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윽고 신라호텔 20층 객실에 도착한 호킹은 먼저 필체어로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본 후에 창가로 가서 정지하더니 제3한강교 쪽 서울의 야경을 한동안 꼼짝 않고 내려다본다(외로워 보였다). 이윽고 언어합성기를 조종하여 이렇게 한마디한다. “베리 나이스!”

 

잔디밭 즉석 인터뷰

 

한국 방문 이틀째인 일요일에 호텔 정원에서 내가 진행하는 <시사저널 인터뷰>에 응한 그는 질문 받은 11개 문항에 대해 일일이 답했다. 한낮의 더위에 땀을 흘리면서도 그는 꿋꿋한 정신력으로 자기의 다듬은 언어들을 차근차근 만들어냈다.

질문 사람들은 과학자를 고지식하고 깐깐한 샌님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킵돈 교수와 성인용 잡지인 펜트하우스1년 치 정기구독권을 걸고 내기를 한 호킹 교수는 근엄한 교수님이란 인상을 풍기지 않는다. 당신은 스스로 괴짜라고 생각 하는가? 

호킹박사 : 과학자들 가운데 더러는 괴짜도 있을 것이고 상대하기에 깐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기를 바라고 있다. 글쎄, 만약에 내가 괴짜라고 한다면 아마 나 스스로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테지만.

 질문 : 그렇다면 자신의 성격이 우주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호킹박사 : 나는 사물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찾아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나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바그너를 좋아해

 

질문 : 교수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겨 듣는다는데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오디오 세트는 무엇인가?

호킹박사 : 바그너의 작품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음악의 아름다움과 힘을 충분히 감상하고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그너의 작품은니벨룽겐의 반지. 나는 여러 메이커의 부속으로 조립된 스테레오 세트를 가지고 있다.

 질문 : 교수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자녀들에게 무동을 태워준다거나 공놀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세 자녀의 아버지로서 애정을 표시하는 무슨 특별한 방법을 개발했는가.

호킹박사 : 내 아이들은 내게 크나큰 의미가 있다. 비록 내가 다른 아버지들처럼 그애들과 놀아주지 못하지만 내가 애들과 놀 수 있는 게임은 많이 있다.

 

무경계우주론이란?

 

질문 : 당신은 1983년부터 무경계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이론의 개념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호킹박사 : 물리학의 법칙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 이래 우주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야기해 준다. 일반적으로 우주의 상태는 우주가 그 경계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면 결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간과 공간의 크기가 유한하고 경계가 없다면, 물리학의 법칙은 우주의 상태를 유일하게 결정해 줄 것이다.

질문 : 오늘은 호킹 교수가 한국에서 처음 맞는 아침이다.

호킹박사 : 지금까지 내가 본 한국에 나는 친근감을 갖는다. (3시간 뒤 그는 비원을 관광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판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데 감탄한다.)

질문 :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의 아이디어를 첫 부인에게서 도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호킹박사 : 나는 시공의 만곡으로 중력장의 성격을 기술한 업적은 아인슈타인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부인은 좀 막연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을 테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그리 많이 작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인슈타인에 못미쳐

 

질문 : 프랑스의 우주물리학자인 위베르 리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오직 아이디어의 영역 속에서 사는 과학자상을 대표한다. 그리고 오늘에는 스티븐 호킹이 그러한 과학자상을 대표하며, 오직 스티븐 호킹만이 아인슈타인에 비견된다.” 이런 평가에 대해 만족하는가?

호킹박사 : 나는 내가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보통 인간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 역시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영웅을 원한다. 그리하여 아인슈타인에게서 신화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나한테서도 그런 신화를 만들어내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나는 아인슈타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질문 : 생일에 관한 질문을 하겠다. 교수의 생일은 18일이다. 같은 날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태어났다. (이때 호킹 박사는 키보드를 눌러 즉석에서 아니다하고 부인했다.) 그리고 갈릴레오의 사망일이 뉴턴의 생일과 같다고 들었다. 맞는가? 이는 매우 운명적으로 들리는데. (이때 그는 또 한 번 아니다의 키보드를 눌렀다.)

 

뉴턴보다 300년 늦은 생일 

 

호킹박사 : 나는 갈릴레오가 태어난 것과 같은 날짜에 태어나지 않고, 그가 죽은 것과 같은 날짜에 태어났다. 또 뉴턴은 갈릴레오가 죽은 그해에 태어난 것이지 생일 날짜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뉴턴보다 약 300살 젊다고 말할 수 있다.

질문 : 바로잡아 주어 감사하다. 교수는 우주에 다른 지적(知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이티(ET)나 브이(V) 같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외계인과 모습이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호킹박사 : 나는 우리와 가까운 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주의 다른 어느 곳에 아마도 지적 존재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모습과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가 행하는 것보다 훨씬 상상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질문 : 긴 시간 감사하다.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호킹박사 : 땡큐!

 

[시사IN 2018년 3월 기고문 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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