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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2) [호찌민 통신-'피아노 건반 위의 인문학 강좌' 주은영 교수]

 

 

[주은영 교수]

 

 

'피아노 건반 위의 인문학 강좌'

 

 

음악으로

 

역사의 흥망성쇠를

 

이야기 하자

 

 

 

 

"언론정보학과 학생들 만남은

기쁘고 특별한 일"

 

안녕하세요. 저는 호찌민 국립음대 대학원에서 피아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주은영입니다. 서울 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학생들을 베트남 호치민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 인연은 저로서는 매우 기쁘고 특별한 일입니다. 2007년에 호치민에 가족과 함께 이주하여 10년 남짓 살아오면서, 이곳에서 교수직을 수행하며 연주가로써 활동할 수 있는 것을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사회와 자연을 인식하는

 

하나의 힘

 

저는 피아노를 공부하는 학생들에 예술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연주에 투영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럼 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예술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삶의 모든 경험과 독서, 여행, 콘서트, 작품 전시회, 박물관 관람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이 모든 정보가 우리 뇌의 전두엽에 저장되어 있다가 어떤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재편성되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연주가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음악은 인문학의 한 분야입니다. 음악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자연을 인식해 가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인간의 정신을 입은 음악의 힘은 인간 본성과 떨어져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음악으로 하여금 역사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게 해야 합니다.

 

바흐

 

17세기 엄격한 종교 훈계

 

바로크 음악  

 

바흐의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려면 17세기 유럽 사회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바로크 음악 기간에 사람들의 욕망과 자유는 교회의 엄격한 훈계 아래 있었습니다. 하루의 일과는 미사의 벨 소리를 듣는 것 에서부터 시작하여 헌신과 기도로 순환합니다.

음악의 선율과 리듬은 미학적 정감의 이론 하에 구별되어 관리를 받았습니다. 바흐의 음악을 들어보십시오.

 

[피아노 연주]

바흐 파르티타 1번 프렐류드

 

 

모차르트

 

왕궁과 귀족의 살롱음악

 

우아하고 화려하게

 

18 세기에 이르러서 음악은 엄격한 교회의 훈련을 벗어나 서서히 왕궁과 귀족의 살롱으로 옮겨갑니다. 왕족과 귀족이 우아하고 화려하게 차려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연회의 분위기와 환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이 시대에는 인간의 사고와 이성의 해방이 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귀족층의 살롱 음악은 그리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극도로 정제되고 세련된 품위를 보여줘야 합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어보십시오.

 

[피아노 연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k414

 

 

강력하고 단순한 메시지

 

음악의 대중혁명 이끈 베토벤

 

클래식 정점에 도달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에 이르면 드디어 베토벤의 시대가 오고 클래식 음악의 정점에 도달합니다. 유럽 사회는 혁명의 도가니에 빠집니다. 베토벤은 귀족과 왕궁의 살롱에서 시녀 노릇을 하던 음악을 대중 앞으로 끌어내립니다. 그런 음악은 강하고 단순한 매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귀족과 달리 하루 종일 노동과 과업에 지친 일반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합니다.

먼지를 털고 가장 깨끗한 옷을 꺼내 입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나와서 들을 수 있도록 영혼의 빵이 될 수 있는 매시지들 담아야 합니다.

여러분과 베토벤의 위대한 정신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는 육체와 삶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신이 그에게 주문한 음악적 소명을 완성하리라 결심하고 강한 심리적인 압박에 자기를 내던졌습니다.

 

[피아노 연주]

베토벤의 운명 제1악장 도입부, 열정 소나타 부분, 월광 소나타 부분

 

비엔나의 슈베르트

 

끊임없이 방랑하는 자연의 소리

 

나뭇잎 소리, 새들의 노래, 시냇물 흐르는 소리

 

이제 비엔나에 슈베르트가 등장하면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이 흘러갑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사상과 감정들을 자유롭게 드러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것에, 누구에게 속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충실하게 됩니다.

베토벤이 평생을 위대한 혁명가로 살았을 때, 슈베르트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지만 또 다른 위대함이 존재합니다. 그의 음악은 천재적으로 조절된 음악적 순수성, 인간성 그리고 겸허함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자연의 소리에 끊임없이 방랑하는, 나뭇잎의 속삭이는 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 또 갑자기 대조적으로 폭풍의 위세가 울리기도 합 니다.

[피아노 연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k960, B-flat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특별한 해후

 

죽음 앞둔

 

침상의 피아노 연주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존경하고 숭상했습니다. 베토벤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슈베르트는 용기를 내어 베토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 때 베토벤은 57살 슈베르트는 30의 나이었습니다.

그가 베토벤이 누워있는 방에 들어서자, 베토벤은 슈베르트에게 그의 음악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슈베르트는 그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듣고 있던 베토벤은 당신의 음악은 위대합니다. 우리가 진작 만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며 감탄합니다.

슈베르트는 위대한 음악가가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방을 뛰쳐나갑니다. 베토벤은 1827년 사망합니다. 그런데 베토벤 사후 1년 만에 슈베르트도 31일 살의 나이로 짧은 인생을 마감합니다. 그들은 생전에 이렇게 안타깝게 해후를 했지만, 죽어서는 비엔나 중앙묘지에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조국 폴란드에 대한 사랑 넘친

 

쇼팽

 

전쟁에 휩싸인 처절한 낭만

 

할 이야기가 너무 많군요. 이제 또 다른 낭만 작곡가 쇼팽의 작품을 들어보겠습니다. 그의 음악에는 위험에 처해있는 조국 폴란드에 대한 사랑이 넘칩니다. 이렇게 19세기 낭만은 전쟁에 휩싸인 처절한 낭만입니다.

 

[피아노 연주]

쇼팽 발라드 1, 즉흥 환상곡

 

 

민족 고유한 특징

 

차이코프스키

 

국민악파의 선구

 

그리고 음악에서 자신의 민족의 고유한 특징을 살려내는 민족주의 음악이 등장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이가 대표합니다. 또한 러시아의 국민 악파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있습니다. 동양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색채감이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인 림스키 코르샤코프, 음악을 풍자와 대화의 차원으로 이끄는 천재 무솔그스키 그리고 음악이 마치 화학의 원소처럼 영롱하게 화합하는 보로딘의 음악들이 그것입니다.

 

[피아노 연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부분

 

 

20세기 전쟁과 상실

 

어떤 것도 얽매이지 않는

 

무조 음악

 

20세기에 이르러 전쟁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심리적인 분열을 일으키며, 선악이 모호해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인 조성 체계가 무너지며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조 음악이 등장합니다. 비엔나 현대 12음기법 작곡가 베르크의 작품을 들어보십시오.

 

[피아노 연주]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부분

 

 

베트남 클래식 음악환경은

 

 

이제 음악을 통한 인문학 이야기는 마치기로 하고, 베트남 클래식 음악 환경에 대해 조금 언급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를 돌이켜 보면, 내가 이곳에서 무슨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호찌민 음악원과 수시로 열리는 국제적인 교류 음악회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음악 교육 인프라는 본래 경제 성장과 맞물려 발전하는 경향 때문에 베트남의 클래식 음악은 그 저변이 크게 확대되지는 못했어도, 해를 거듭해 갈수록 괄목할만한 발전을 해가고 있다.

베트남 출신의 가장 대표적인 세계적 연주가는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이 있습니다. 그는 베트남이 전쟁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은 1980년 제10회 폴란드 쇼팽국제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불과 몇 해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한 그 콩쿠르입니다.

베트남에는 대표적인 음악교육기관으로 하노이, 호찌민, 후에 세곳에 국립음악원이 있습니다. 음악원은 프랑스와 러시아의 콘서바토리(음악학교) 형태입니다. 베트남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자국의 전통 음악의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특히 전통악기들과 가락의 근원이 한국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호치민 국립 음대측은 한국과의 국악교류를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주은영]

현 호치민 국립음대 대학원 정교수, 하노이 예술대학 초빙교수

모스크바 그네신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학위,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립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