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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 르포르타주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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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 : 역사와 문학의 저널리즘 탐험
by 안병찬


 

남부해방일 ‘바므이땅트’


▲ 통일의 햇살

나는 해마다 4월 말일이 다가오면 열병을 앓는다.

1975년 바므이탕뜨(4월 30일), 북 베트남 해방군이 남부 베트남(베트남공화국)을 전복시키고 베트남의 통일을 달성하던 그날까지 38일 동안, 사이공 현장에서 보고 겪은 수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4월 말이 되면 어김없이 호찌민 시로 이름이 바뀐 사이공을 찾아간다. 그곳에 가서 중천을 향해 떠올라 통일의 대지에 내리 꽂히는 강렬한 햇살을 다시 본다. 언제 봐도 사이공의 눈부신 태양은 베트남 통일의 유장(悠長)한 역사를 느끼게 만든다.

나는 1975년에 남베트남의 멸망과 베트남 통일의 현장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기록한 ‘사이공 최후의 새벽’(1975년 판)을 낸바있다. 베트남 통일 30주년이 되던 2005년에는 증보판 ‘사이공 최후의 표정 컬러로 찍어라’에 베트남 통일의 현장에 추가하여 통일 후 베트남의 여러 변화를 담아낸바 있다.

오늘의 베트남은 바므이탕뜨를 ‘남부해방일’ 혹은 ‘남부전복일’로 부른다. 바므이탕뜨는 완전한 자주독립과 통일의 날이고 항미전쟁 완승의 날이다.

▲ 가장 어려운 결정

베트남은 ‘4·30 항미전승’에 앞서 1954년에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 원정군을 무조건 항복시켜 ‘5·7 항불전승’을 이루었다. 베트남이 항불전쟁과 항미전쟁을 차례로 치르며 통일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17년이다. 그래서 지압 장군은 “4·30 항미전승은 5·7 항불전승에서 움텄다”고 말한다.

디엔비엔푸 승전의 전략가 보응웬지압 장군이 쓴 회고록은 ‘대엔비엔푸-역사와의 동반’이다. 하노이 떼지오이 출판사가 낸 2004년 영문판의 번역자는 미국 여류 작가 래디 보튼이다. 그녀는 ‘세계를 바꾼 결정’이라고 제목을 단 기고문(베트남타임스 2009년 4월 25일자)에서 베트남군은 당초에 디엔비엔푸 총공격 일을 1954년 1월 말로 잡았다가 왜 3월 13일로 연기했는지, 여러 추적 조사 자료를 제시해서 밝히고 있다.

▲ 수정 전략 ‘확고한 공격, 확고한 전진’

래디 보튼은 베트남군이 3박 2일의 ‘신속한 타격, 신속한 승리’를 전략으로 짰다고 한다. 그런데 기습타격 예정일을 11일 남겨놓고 호찌민 대통령은 “승리를 확신할 때만 싸우라. 승리가 확실치 않으면 싸우지 말라”고 명령한다.

지압 장군은 중국 수석 군사고문관인 웨이궈칭(韋國淸· 중국공산당 정치국상임위 부주석 역임)과 상의하고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들과 힘든 토론을 거쳐 1월 26일에 기습의 선봉대인 제308 ‘강철사단’을 라오스 국경 쪽으로 철수시키는 결정을 내린다.

새로운 전략은 ‘신속한 타격, 신속한 승리’에서 ‘확고한 공격, 확고한 전진’으로 바뀐다. 그리하여 3월 13일 오후 5시를 기해 개시된 ‘확고한 공격, 확고한 전진’의 디엔비엔푸 공략전은 55일 간 밤낮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5월 7일 프랑스 원정군 사령관 나바르 장군이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끝난다.

최근 중국의 일부 학자는 디엔비엔푸 전략 변경의 ‘가장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은 지압 장군이 아니고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나왔지만, 래디 버튼은 북경이 타전한 지시 전문을 근거로 ‘확고한 공격과 확고한 전진’을 새 전략으로 채택하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은 지압 장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전후 세대의 항변

올해는 ‘베트남을 사랑하는 모임(베사모)’과 일행이 되어 사이공에 갔다. 베사모의 총무를 맡은 부산외국어대학교 배양수 교수와의 인연에 묶인 것이다. 1988년 베트남이 개방 정책을 채택한 직후에 배양수는 호찌민을 정찰하는 젊은 상사원으로, 나는 14년 만에 호찌민을 다시 찾은 특파원으로 가서 만났다.

근간에 호찌민 시에서는 ‘나의 귀신아내’라는 연극이 500회 이상 공연하여 대박을 터뜨렸다. 희곡을 쓴 무명의 작가는 모 일간신문사 기자인 30대 초반의 쩐반홍이다. 극의 줄거리는 반전이 있다.

베트남 군인이 여의사와 재혼했는데 전처 자식들이 죽은 엄마 귀신에게 시달리다 죽는다. 군인 남편이 잠복해서 감시하다가 전처 귀신을 쏘았는데, 진상을 알고 보니 후처가 전처 귀신 역을 하면서 전처 자식을 학대했다는 얘기다.

이 대본을 쓴 쩐반홍은 1975년 4월 30일 이후에 역사적 투쟁담을 귀 따갑게 들으며 성장해왔으나 이제는 새로운 욕구, 다시 해석하고 싶은 욕구가 가슴에 가득하다고 고백한다.

“이런 회의가 든다. 1975년 이전에 아버지 세대는 우리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그 때의 영웅이 지금도 여전히 영웅이다. 이것은 진저리가 나고 싫증이 나는 일이다.”

그는 이 사회에서 귀 막고 눈 막고 입 막고 살고 있고 과거의 가치 속에 살고 있다고 여긴다.

“우리는 통일 이후 11년 간 ‘배급시대’에 살았다.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뱀파이어 번역작가 된 혁명시인의 딸

베트남 애국시인인 반레의 딸 레틴투이(26세)의 변모도 돌연변이처럼 비친다.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베스트셀러 번역 작가가 되어 큰돈을 벌고 있다.

레틴투이는 미국의 여성작가 스테프니 메이어가 뱀파이어와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쓴 ‘황혼’ ‘초승달’ ‘일식’ ‘여명’의 4부작 시리즈를 차례로 번역해서 출간했는데, ‘황혼’ 만 13판을 찍었다. 혁명시인의 딸이 미국의 뱀파이어 통속물을 전문적으로 번역하여 돈을 벌다니 대 변화 아닌가.

지금 베트남은 4·30 항미전승과 5·7 항불전승의 기세를 저력으로 삼아 정경분리의 이름아래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전후 세대는 혼란을 느끼고 반역하며 신자본주의체제로 말미암아 통속화하고 있다.



'베사모' 사진 파노라마


KBS 수요기획
"아버지의 추억 - 베트남전 종전 34주년을 기억하며"


Posted by 안병찬 안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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