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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국일보- 베트남 통일 40주년 특집 제4신 중계

 

[한국일보 제4신]

 

빈푹성의 VRG 동화 MDF 공장.

베트남경제 동력 된 한국기업

80만명 고용

FDI 40% 육박

맏형 삼성전자, 최근 하노이에 휴대폰 기지 구축

동화기업 성공신화, 亞 목질자재업계 1위 확고히 다져

비공식 비용 커 투자 유의를… 고용 늘리는 업종에만 세제 혜택

세계는/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베트남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디엠투이 공단에 입주한 한국업체 동성 비나.

남부 중심 호찌민을 추격한다

베트남의 혁명수도 하노이는 경제 중심도시인 남부 호찌민시의 활달한 분위기가 무안할 만치 활기에 차있다. 근엄하기만 했던 이 북부 도읍이 경제 수도도 겸하고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노이의 의중은 호찌민과 최고층 건물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 현대건설이 2010년 호찌민 제1군 지역에 올린 68층 빌딩(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은 높이 262m로 당시 베트남 최고층이었다. 그런데 하노이는 정도(定都) 1,00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한국 경남기업으로 하여금 347m의 최고층 빌딩인 하노이랜드마크72를 2011년에 준공토록 해 스스로 키를 더 높였다.

경남기업의 하노이랜드마크72는 1조2,000억원(미화 10억5,000만 달러)을 투입한 대형 사업이었으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에게는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를 불렀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실패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최근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이 하노이 북부에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해외기지를 구축하면서, 한국기업의 투자 중심도 호찌민에서 하노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은 전세계에 판매하는 휴대전화의 40%를 하노이 북부의 두 공장에서 생산하여 작년에 미화 236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는 베트남 수출의 17.5%를 차지한다.

‘사회주의 지향 국가관리 시장경제’ 노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 관리가 있는, 시장경제.”

베트남은 이렇게 자국의 경제쇄신정책을 규정한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중국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공산당 1당제 안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법치국가로서 대외관계를 확대하여 외자를 유치하는데 주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 베트남법인의 고문역을 맡고 있는 팜 띤 번 전 한국주재베트남 대사는 “베트남 경제쇄신정책인 도이머이의 성격은 중국 개혁·개방정책과 기본적으로 비슷하며 중국과 10년 시차를 두고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팜 띤 번 대사는 일찍이 평양에서 세 차례 외교관으로 근무했고 서울에서 공사와 대사를 역임했다. 그의 3남은 현재 평양주재 대사로 봉직하고 있다.

하노이 정부의 경제전략 목표는 2020년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에 도달하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1,300달러인데, 경제중심 도시 호찌민은 이미 3,600달러에 달하고 혁명 수도 하노이는 2,700달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 제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추정치)은 전년동기 대비 6.0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7%포인트 신장해, 1분기 기준으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화기업, 고무농장 속 아시아 제일

베트남의 경제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성공 신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목재 전문 동화기업(대표 김홍진)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동화는 국영기업인 베트남고무그룹(VRG)과 51대 49의 지분투자로 합작사 ‘VRG 동화 MDF’를 설립하고, 호찌민 동부에 접한 빈푹성의 38만㎡(약 11만6,000평) 부지에 중밀도섬유합판(MDFㆍ톱밥과 접착제를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목재) 공장을 2012년 8월 가동하기 시작했다. 투자금은 1,500억원이다. 그리고 가동 불과 2 년여 만인 지난해 영업이익율이 30%에 달하는 알짜 공장이 된 것이다.

동화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VGR과 합작이다. VRG는 베트남이 통일하던 해인 1975년에 설립한 국영회사로 연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베트남의 국가적 자원인 고무나무를 조림하고 고무를 가공하여 수출하는 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고무그룹은 전국 고무나무 조림지의 44%인 25만㏊의 농장(서울 넓이의 4배 규모)을 보유하고 있다. 빈푹성은 고무나무 자원이 풍부하고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VRG동화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로 아시아 목질자재 업계 1위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동화는 1986년 국내 최초로 MDF 공장을 세우고 2000년에 대성목재를 인수해 사업을 확충했으며 현재 베트남을 비롯하여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지아에 공장을 세워 생산기반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시련이 없지 않았다. 2013년 여름, 동화그룹에 비상이 걸린 것.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이 돼야 할 핵심 계열사인 해외 사업장이 적자를 낸 것이 문제였다.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은 2013년 봄부터 매달 비행기에 올라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호주의 공장을 돌며 전략 회의를 주재했다. 그 결과 2014년 동화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62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그 중 VRG동화는 그 해 영업이익이 192억원에 달했다.

디엠투이 산업공단의 판 만 꾸엉 회장(오른 편)이 공단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협력업체의 디엠투이 산업공단

삼성전자가 제2공장을 세운 곳은 하노이에서 정북방 60㎞ 지점에 있는 타이응우옌성의 옌빈공장이다. 이 공장의 가동에 맞춰 인근 송꽁읍은 디엠투이 산업공단을 개발해 삼성 제2공장의 한국 협력업체가 줄줄이 입주하고 있다.

산업공단 판 만 꾸엉 회장은 공단을 안내하며 삼성 협력업체들이 입주한 현황을 설명했다. 현재 공단과 계약을 체결해 입주한 삼성 협력업체로 몰드를 제작하는 제이케이 비나, 휴대전화 틀을 생산하는 주광정밀 비나, 금속 원자재를 공급하는 동양알루텍 비나, 부픔을 생산하는 서휘비나 및 동성 비나 등이 있으며 공장을 건축 중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업체를 모두 합치면 67곳이나 된다.

이 공단은 입지나 세 감면 등 여러 면에서 양호한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이 공단이 속한 타이응우옌성 지역은 인구가 114만명에 9개 대학교와 11개 단과대학, 9개 기술센터가 존재해 풍부한 인력을 공급해준다. 최저임금은 월 250만동(약 12만6,000원)이며, 비숙련 근로자는 월 300만동(15만원)~400만(20만원)동, 기술자는 700만동(35만2,000원)~1,000만동(50만3,000원) 수준이다.

또 하노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데다 인근에 타이응우옌 역이 있고, 노이바이 국제공항은 40㎞, 다푹항은 20㎞, 제3번국도 2㎞ 내에 위치해 뛰어난 입지조건을 자랑한다.

여기에 임대기간이 50년에 달하면서도 땅값은 ㎡ 당 87만동(한화 4만3,150원)에 불과하다. 공단에 입주하는 하이테크기업은 15년간 법인세가 1초기 4년 면제, 이후 9년간 50%가 감면되며, 일반기업은 초기 2년 면제 이후 4년간 50%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공자에 필요한 장비 기계 운송장비 건설자재의 경우는 수입세 및 부과세가 면제된다.

베트남의 외국노동자 관리정책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낮은 임금과 더 많은 혜택을 외국투자기업에 제공한다. 하지만 베트남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베트남 투자 관련법은 하이테크산업을 비롯하여 고용을 증대할 수 있는 업종에게만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안희완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세제상의 우대를 향유하는 것을 보고 베트남의 투자환경이 모두 좋다고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 분야에 따라 환경은 크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이미 3,400여 곳에 달해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의 36.2%를 점하고 현지인 8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기업은 베트남에서 가장 유력한 경제동력이 되었으나 많은 기업이 눈에 안 보이는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베트남에 있는 외자기업들은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쓰는 바람에 본국에서 숙련 인력을 데려오거나 타국의 숙련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비공식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돼 경영에 어려움이 크다. 주 베트남 한국대사는 올 1월 베트남 노동부장관에게 한국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노동허가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기업협회와 유럽상공인회 등도 같은 요청을 하고 있으나 아직 해결될 기미가 없는 실정이다.

현지 기업들은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베트남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안병찬·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