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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 르포르타주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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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 : 역사와 문학의 저널리즘 탐험
by 안병찬

 

42년 지난

 

사이공 중앙우체국

 

갑자기 목메다

 

 

 

 

 

 

42년 전.

1975년 4월 29일 항복전야, 오전 9시 30분. 사이공 중앙우체국 기계실.

 

 

사이공 최악의 날 428

 

텔렉스 호출번호케이2244 한국일보 서울(K2244 HKILBO SEOUL)이 열리자  기사가 텔레스로 토닥토닥 전송된다 .

 

사이공 최악의 날 428…….”

……

……

……

……

 

32분의 송고가 끝나는 순간, 돌연 탁 탁 탁 탁하고 급한 타자 음이 울렸다.

 

 

본사 최후 교신

 

- 누구냐, 미스터 안 그곳에 있느냐?

 

영문으로 찍혀 나온다. 외신부장이 나를 찾는 소리다. 본사 텔레타이프 앞에 앉아 있을 조순환 부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책상 앞에서 대면하는 듯한 근접감이 들었다. 아득한 거리였으나 둘이 호젓하게 마주앉은 기분이다.

 

- 필름은 엘에스티가 떠나는 장면과 대사관 스케치 중심입니다.

  태극기 내리는 필름은 아직 못 보내고 있습니다. 대사관은 어제 태극기를 내렸으니 기사를 보충해 주십시오. 그리고 어머니에게 안부 잘 전해 주세요. 내일이 어머니 환갑인데 전보가 되면 축전을 치겠고 안 되면 텔렉스로 축전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환갑 4월 30일

 

- 당신 모친의 환갑행사에는 내가 직접 가보겠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위험한 일은 절대 삼가시오. 즉시 안전하게 사이공을 탈출하기 바랍니다.

- 고맙습니다. 국장 이하 외신부원에게 안부 전합니다. 오후 텔렉스가 여의치 않으면 아침에 다시 해보겠습니다.

-

 

안녕히. 안녕히.

 

조심하시오. 조심하시오.

- 안녕히.

- 안녕히.

 

다시 본사가 멀고 멀어졌다.

이 텔렉스가 사이공에서의 마지막 교신이었다.

 

 

텅빈 거리, 오직 나홀로 달리다

 

 

카메라와 가방을 메고 개미 한 마리 없는 텅 빈 케네디 광장을 나 홀로 뛰었다. 사이공 가톨릭 대성당의 뾰족 지붕이 우체국 건너편에 솟아 있다. 그 앞에 외롭게 서 있는 성모 마리아상은 희게 빛났으나 차가웠다.

마리아 상 왼편에 키 큰 가로수 녹지대가 드넓게 펼쳐진다. 독립궁의 정문과 본관에도 경비병 그림자가 없다.

사진을 찍어야지. 이것이 사이공의 마지막 장면이 될지 모른다.”

 

 

4월 29일 오전 10시 3분

 

 

광장 한가운데로 뛰어가 마리아상을 바라봤다. 마리아의 어깨 너머 사이공 우체국 시계탑.

시계는 오전 103, 저 시간이 나의 사이공 취재를 증명해 줄 것이다.

촬영을 마쳤다. 나홀로 인적이 완전히 끊어진 텅빈 거리를 또 달렸다.

 

 

그로부터 42년

 

 

42년이 지나, 한 밤에 중앙우체국 앞에 가서 언론정보학과 젊은이들 앞에서 그날 송고하던 상황을 전하던 중, 갑자기 목이 메어 말문이 막힌 이유가 무엇인까.

 

4월 30일이 어머니 회갑이어서 어머니가 그리운 감정이 내 마음 밖으로 넘쳐 나왔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 쓸모 없는 감성이 증가한다 하니 그 탓인지 모른다.

언론정보학과 최신세대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당시 정황을 그려 나가가다 감정이입이 됐는지 모른다.

 

아직도 왜 목이 메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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