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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 르포르타주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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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 : 역사와 문학의 저널리즘 탐험
by 안병찬

 사진=뉴시스


노무현의 진운(進運), 그리고 ‘최후 일격’

 

누벨바그의 총결로


노무현 전대통령은 진운(進運)을 타고 홀연히 등장한 인물이


었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 최고 권력을 장악하는 데 걸린 시간


은 단 8개월이었다. 주류가 깨어나 보매 비주류 노무현에게

 
한판으로 보기 좋게 전복당한 꼴이었다. 그의 저돌적 승리는
 

머리에 쥐가 나서 두뇌회전이 안 되는 완매한 한국 주류에 가


해진 최후의 일격같이 보였다.
 

그렇게 출현한 노무현은 별종이 아니었다. 한국 토양을 관통


하는 수맥을 타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사이에 돌연히 출현


한 ‘신종’이었다.

비주류 노무현의 승리와 성취는 한국 사회가 생성한 역동적인

 
‘누벨바그(새 물결)’의 총결(總結)이었다.

 
‘탈권위’, 일대과업


그는 파격적인 대통령이었다. 승기를 타고 그는 일련의 정치


실험을 꾀했는데, 그 승부수는 한 말로 요약하면 ‘탈 권


위’였다.

어찌했거나, 다시 세월은 지나가고, 이윽고 그가 대통령직을 퇴임할 때, 그의 비주류는 되레 주류에게 통렬한 반격을 당해 일대 좌절을 맛본다.

애재(哀哉)라! 이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패착(敗着)의 한 수로 말미암아 스스로에게 ‘자비로운 최후의 일격’을 가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황망하게 한 조각 영욕(榮辱)의 삶을 결기로 마감하고 영원의 길로 가 버렸다.

이즘에 나는 목을 매어 자살한 중국의 장칭(江靑), 고 마오저뚱(毛澤東) 당주석 미망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떠올린다. 그녀의 인간적, 정치적 죽음조차 어떤 대목은 우리 가슴에 와 닿는다.

북경교의 친청(秦城)감옥에서 무기형을 살던 장칭은 후두암으로 종신 감금상태에서 풀려나 자택에 연금되어 있다가 1991년 5월 14일 목을 매어 생을 마감했다.

좌절, 승기 놓쳐버린 최후의 ‘한 수’

이 중국 현대판 여후(呂后)의 죽음은 한 정치권력의 종말로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공산당의 노선투쟁으로 본다면 반수정주의·반실용주의 극좌파의 종말일 수 있었다.

그보다 10년 전, 중국인민최고법원 특별재판부는 이른바 ‘임


표·강청 반당 10악집단’의 반혁명죄를 단죄하면서 재판장면


을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통한 텔레비전생중계로 외부세계에
 

깡그리 공개했다. 장칭 문혁세력의 몰락을 확인하는 덩샤오핑


(鄧小平)체제의 정략이었다.

암청색 마오복에 안경을 쓰고 이어폰을 낀 장칭은 35인 재판


부가 2년 집행유예 조건부 사형 판결을 내리자 분노에 입술을

 
떨며 피고석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혁명수행은 범죄가 아니다.”


장칭은 수갑이 채워져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갈 때 “혁명만


세!”를 절규했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세월은 유장하지만 생은 짧으니 장칭의 죽음에 지하의 마오저


뚱은 무슨 탄식을 했을까. “혁명은 죽었다. 혁명만세!(革命


死了 革命萬歲)”의 여덟 자는 아니었을까.


그런 장칭도 미국 작가 록산 위트케를 만나 죽음을 인정하는


중국의 시 귀를 읊은 일이 있다.

“거룩한 거북이가 아무리 장수한다 해도 언젠가는 죽어야 할

 
때가 오노라. 안개를 타고 창공을 오르는 비사(飛蛇)도 마침


내 먼지가 되고 말리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인생과 권력이 한 낱 먼지 같음을 알


린다. 마지막 결기로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지 면서 그가 남긴

 
171자 유서, 남가일몽의 덧없음을 담은 절창(絶唱)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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